맨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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맨발

맨발

靑-파랑 , 2024.07.
🔵 파랑 작가(양신영)
할머니의 집 베란다는 작은 정원처럼 꾸며져 있다. 청색 타일 위로 크고 작은 화분들이 놓여 있고, 식물을 좋아하는 할머니의 손길이 곳곳에 남아 있다. 할머니는 맨발로 베란다에 먼저 들어선 뒤, 파란 슬리퍼를 내 쪽으로 내어주며 들어오라고 말했다.

슬리퍼를 신고 따라 들어가자 붉은 꽃잎과 초록빛 식물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. 파란 슬리퍼와 청색 타일은 분명 선명한 색을 지니고 있었지만, 그날의 장면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그보다 앞서 베란다를 밟았던 할머니의 맨발이다.

사진 속 맨발의 실루엣은 또 다른 날, 거실에서 훌라후프를 돌리던 할머니의 모습에서 가져왔다. 서로 다른 시간에 마주한 장면이지만, 내게는 모두 할머니의 몸짓과 생활을 기억하게 하는 하나의 모습으로 이어져 있었다.

그래서 베란다의 정원 위에 그 맨발을 다시 놓아보았다. 식물을 돌보는 사람의 발, 나보다 먼저 공간에 들어가 길을 내어준 발, 자신의 슬리퍼를 건네며 나를 안으로 초대한 발. 〈맨발〉은 그날 할머니를 따라 작은 정원에 들어갔던 기억에서 시작되었다.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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