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 터널을 지나면
이 터널을 지나면

이 터널을 지나면

이 터널을 지나면

靑-초록 , 2026.05.
🟢 초록 작가(유은빈)
어릴 적 영화 <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>을 본 이후, 터널은 더 이상 단순한 통로로 보이지 않았다. 터널을 지나면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될 것만 같았고, 익숙한 공원의 길조차 기묘한 결계처럼 느껴졌다. 매일 지나던 장소였지만, 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내가 알던 풍경이 조금씩 낯설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.

이 작품은 평범한 공원 터널 위에 어린 시절의 상상과 불안을 겹쳐낸다. 초록으로 둘러싸인 산책로, 터널 위로 드리운 나무 그림자, 노란색과 검은색의 경고선은 일상의 공간을 마치 넘어가서는 안 될 경계처럼 보이게 한다. 화면 곳곳에 흩어진 픽셀과 붉은 프레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시선이 아니라, 기억 속에서 왜곡되고 확대된 어린 시절의 감각을 보여준다.

결국 이 터널은 단순히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, 현실과 상상, 익숙함과 낯섦, 현재의 나와 어린 시절의 내가 만나는 문이다. 영화 <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>이 남긴 작은 공포는 시간이 지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, 평범한 풍경 속에서 다시 다른 세계의 입구를 발견하게 만든다.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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